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는 밀도 높고 빈틈 많은 개발자를 꿈꾼다.
    📝 기록/생각 기록 2021. 12. 6. 16:57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사실 꽤 오랜 기간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위해서 고민했다. 누군가가 내게 "그래서 당신은 궁극적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요?" 혹은 "10년 뒤에 어떤 개발자가 되어 있으면 좋겠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바로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게 말이다.
    제목 그대로 나는 밀도 높고 빈틈 많은 개발자를 꿈꾼다. 밀도가 높다는 건 '빼곡하게 들어차서 빈틈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데, 빈틈도 많은 개발자를 꿈꾼다니 다소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둘 다 하고 싶은 욕심쟁이다. 밀도도 높으면서 빈틈도 많은.
    오늘은 내가 어떻게 밀도 높고 싶으며, 왜 빈틈이 많고 싶은지에 대해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맨 처음 개발 공부에 대한 방향조차 세우지 못하던 때, poiemaweb의 이웅모님 영상 중 '프런트엔드 개발자 학습 방향'을 본 적이 있다. 효율적인 프로그래밍 학습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면서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하신 말씀이 뇌리에 박혔었다.

    가장 빠른 지름길은 정도(正道)다.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또 까먹고 이번에도 난 지름길이 없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꾸준하게 올바른 길로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다면 올바른 길은 어떤 길일까?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님이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기본기란, 헤맸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점"이라고. 이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래서 지름길을 찾아 헤매는 일을 반복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래서 당신의 기본기는 탄탄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아직 "그렇다"라고 대답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빈틈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라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런 편이었나 하고 생각해 본 적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빈틈 있는 사람보다는 나와 반대인 사람을 좋아했던 거 같은데, 예를 들면 말 많은 나와 반대로 말수는 적지만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친구. 가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상을 하는 나와는 달리 현실적인 시선으로 내가 하는 상상에 대해 일일이 피드백을 주는 친구. 여행 계획을 짤 때 2안, 3안까지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간단한 스팟만 정해놓고 가서 실전에 부딪히는 친구 등 나와 정반대였던 사람들을 좋아했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뭐였을까?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끼어들 수 있는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빈틈에는 중력이 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선택하고 집중하면 나에게도 빈틈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마구 마구 끼어들어서 같이 함께 나아가는, 빈틈이 많은 그런 사람.
    그래서 나는 밀도 높은 기본기와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 있는 빈틈이 많은 개발자를 꿈꾼다.


    끝맺으며, 왜 이렇게까지 한 문장으로 어떤 개발자를 꿈꾸는지 정의하기에 집착을 했는가 하면,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유한하다. 언제까지 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내가 어떤 개발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탐구했다.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으로는 이 한 문장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