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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제 완벽주의자말고 완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 기록/생각 기록 2023. 4. 15. 15:45

    어렸을 때부터 나는 완벽주의자였는데, 살아오면서 이 완벽주의 성향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 나의 성격이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개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이 성향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완벽주의도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속한다. 여러 번 시도해서 완벽하게 만드는 타입이 아닌 한 번의 시도에 완벽한 결과가 따라오길 바라는 그런 타입의 완벽주의자로, 완벽하게 하지 못할 거면 그냥 시도조차 하지 않아 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 성향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얻는 경험이 중요한 개발 공부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2월에 수료하고, 3월에 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이력서 작성과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듬었어야 했는데 바로 작업은 무슨.. 계속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들로 계획만 수십 번 세우기만 하고, 정작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현실을 도피했다. 그러다 돌돌콩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 스탠포드 돌돌콩 by. EO 채널

    - 실패를 통해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노력의 구체성이 생긴다는 것.
    -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오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던져보는 게 나를 준비시켜주는 과정이 된다는 것.
    - 사람마다 걸리는 시간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빠른 성장에 집착하지 말 것.
    -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완료가 완벽보다 낫다는 것.

    사실 이런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그간 계속 문제라는 걸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을뿐더러 당장 앞에 닥친 미션들을 해치우는 데에 급급해서 외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진짜로 확실한 끝맺음이 필요한 순간에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계속 미완성을 반복하게 되었다. 하여 더 이상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닌 완료주의자로 살기로 다짐했다.

    루틴은 완벽주의에서 완료주의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완벽하게 하는 것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것, 이렇게 두 가지의 경우로 루틴을 돌릴 수 있는데 후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게 적당한 루틴을 만들어서 천천히 완성해 가보려고 한다.

    이렇게 글로 나의 다짐을 적어내는 것조차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이미 너무나도 잘 아는 내용임에도 그 순간에만 동기부여돼서 열심히 하다가 며칠 뒤면 흐지부지되고.. 또 다시 결심하고.. 이런 실패들의 연속이었다. 종국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무언가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없는 나 자신에 대해서 답답하기도 하고,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는 것 같아 내 앞날이 암담했다. 괜한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내 성향과는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증에 그간의 공부한 시간들이 '실패'로 낙인찍힌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WWCS에서 진행한 테크 라운지에서 한기용 CTO님께서 '젊은 날의 실패는 실패로 치지 마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젊은 날의 실패는 나이들어서 하는 실패보다 회복 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실패했다'가 아닌 '나중에 그러지 않으려고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하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솔직히 지금 엄청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지금의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실패를 하기까지의 경험과 고민은 다시 경험해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다신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다시 사부작사부작 움직이자. 실패가 얼씬조차 하지 못하게!